다카노(야가미) 카즈아키 X 야가미 타이치


쉴 새 없이 부딪히는 파도소리에 눈이 떠졌다. 어디지. 옆에서 카나에가 세상모르게 잠을 자고 있었다. 베개에 얼굴을 깊숙이 묻었지만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 여실이 드러났다. 그제야 생각났다. 이틀 전 영원한 서약을 맺은 후, 그녀가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노래 부르던 곳을 왔다. 신혼여행지로 택한 오키나와다.

시간은 자정을 넘어가고 있었다. 다시 잠을 청하려고 뒤척였지만 영 그럴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귀에 거슬리는 파도소리가 카즈아키를 끊임없이 조르고 있었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 카즈아키는 나갈 채비를 했다. 9월을 넘어선 오키나와는, 낮엔 아직 해수욕을 할 정도로 따스했지만 밤에는 가을을 맞이하고 있었다. 미리 챙겨둔 카디건을 걸치고 호텔에 딸려있는 편의점에 들어가 맥주 두 캔을 샀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곳에 호텔을 잡았던 터라 10분 정도 걸었다. 당연하지만 해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맥주 두 캔이 들린 비닐봉지를 들고 카즈아키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정처 없이 거닐다가 바위가 듬성듬성 자라난 곳으로 다가갔다. 그나마 평평해 보이는 곳을 찾아 앉았다. 호텔방안에서 들린 파도소리가 더욱 귓가를 때렸다. 소리가 마음을 더 울적하게도, 무언가의 기대감으로 들뜨게도 만들었다.

 

, 카즈다. 오랜만이네.”

, 타이치. 오랜만이야.”

갑자기 귓가에 타이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즈아키는 놀라는 기색 없이 그의 발걸음이 가까워지는 것을 들었다. 마치 원래부터 만나기로 약속한 것처럼. 카즈아키가 앉은 곳에 타이치도 따라 앉았다.

카즈, 많이 늙었다~.”

늙었다니. 아직 30대도 안됐는데? 네가 너무 그대로인거야.”

... 카즈 지금 몇 살?”

“27.”

, 벌써 10년이나 지났구나. 세월 진짜 빠르네.”

변성기는 한참 전에 지났는데 아직 앳된 목소리로 타이치가 답했다. 카즈아키는 봉지 안에 들려있던 맥주 캔을 건네주며 한 번 마셔볼래?” 물었다.

으아, 너 그러니까 진짜 아저씨 같다. 회사 일에 찌들어서 맥주 한 잔 하는 아저씨.” 타이치가 키득 거리며 맥주 캔을 받았다.

- 이걸 무슨 맛으로 마시냐?”

어른의 맛이라는 거다.”

쓰다면서 꿀꺽꿀꺽 잘도 넘긴다. 생각보다 자주 툴툴대는 주제에 정말 힘든 일은 표현이 서툴렀던, 그 당시의 타이치 그대로였다. 턱선 바로 아래까지 단단히 목깃을 여민 검정 가쿠란이 여전히 잘 어울린다. 복슬복슬한 그의 초콜릿 빛 머리카락은 바닷바람에 자유롭게 휘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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