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코시로 x 야가미 타이치
햇빛이 조금 뜨거워질 정오시간, 결혼식의 피로연 후 비행기를 탄 코시로와 타이치는 사이판에 도착해 있었다. 장시간 비행기를 탄 뒤라 몸이 찌뿌둥하긴 했지만 몇 달에 걸쳐 준비한 결혼식을 마친 후 비행기에서 죽은 듯 잠들어 있던 덕분에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공항에 내려 크게 기지개를 핀 타이치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벤을 타고 리조트로 이동하는 것에 가볍게 투덜거렸다. 하지만 오늘 온 것이 단순한 여행이 아닌 신혼여행이라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그 입은 평소보다 불만을 적게 내뱉었다.
“아아, 힘들다~”
“힘들면 오늘은 저녁때까지 쉬다가 저녁이나 먹으러 갈까요?”
리조트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자마자 침대에 벌러덩 눕는 타이치를 본 코시로는 평소와 같은 그의 태도에 쓴웃음 지었다. 최근 몇 달은 결혼식 준비로 바빴고, 그러면서도 이 여행에 쓰일 며칠의 휴일을 위해 직장에서는 평소보다 더 바쁘게 뛰어다녀야 했기에 아마 많이 피곤할 것이었다. 버릇처럼 가끔 불만을 늘어놓는 입에 비하면 그다지 힘든 티를 내지 않는 그의 컨디션이 새삼 걱정되어 코시로는 그가 누운 침대에 걸터앉았다.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듯한 그의 이마에 걸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자 타이치의 눈이 기분 좋게 감겼다가 다시 뜨였다. 새하얀 시트에 누워 자신을 올려다보는 눈빛 안에 담긴 부드러움에 새삼 자신들의 상황을 떠올린 코시로는 자신의 입꼬리로가 저절로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일본에서도 동성의 결혼이 합법화되고, 복에 넘치게도 양가의 허락과 친구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까지 할 수 있었다. 지금 그들의 왼손 약지에는 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었고, 그저 그런 여행이 아닌 생애 한 번뿐일 신혼여행에 와 있었다. 오래도록 꿈꿔왔지만 정말 구름 위에 꿈만 같이 따뜻하지만 잡기 힘들 거라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제 손 안에 있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혹시라도 이 꿈이 깨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몇 번 눈을 깜빡여 봐도 코시로의 눈앞에는 사랑하는 이가 있어서,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가고 가슴속이 간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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